솔직히 저는 영양제를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고 믿었습니다. 비타민C, 오메가3, 유산균까지 챙겨 먹으면서 왠지 건강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생명화학 전공 교수가 함께 나와 나눈 이야기를 보고 나서, 제가 꽤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먹어왔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좋은 성분도 과하면 독이 된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좋다는 건 많이 먹을수록 더 좋다"는 논리였습니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면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침마다 영양제를 다섯 알 넘게 삼키고 있었습니다. 그게 부담이 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베타카로틴(beta-carotene) 이야기를 접하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베타카로틴이란 당근이나 호박 같은 채소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색소 성분으로, 우리 몸에서 비타민A로 전환됩니다. 이게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한때 보충제로 엄청나게 유행했는데, 실제 임상연구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용량의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꾸준히 복용한 그룹에서 폐암 발생률이 오히려 38% 높아졌고, 연구진이 도중에 연구를 중단했을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흡수 경쟁 때문입니다. 소장 세포에는 DMT1이라는 영양소 흡수 통로가 있는데, 쉽게 말해 이 통로 하나를 여러 영양소가 함께 써야 합니다. 특정 성분이 과도하게 들어오면 다른 필수 영양소가 밀려나 오히려 흡수되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좋은 성분을 왕창 먹었는데 정작 필요한 다른 영양소가 못 들어오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겁니다.
칼슘, 마그네슘, 철분, 아연처럼 무기질 계열도 같은 통로를 두고 서로 경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종류를 고용량으로 먹는다고 효과가 배가 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성분이 결핍되는 영양 실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반성이 됐습니다.
- 베타카로틴 과다 복용 → 폐암 발생률 38% 상승, 연구 중단 사례 있음 (출처: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 DMT1 흡수 통로 경쟁으로 고용량 단일 영양소 섭취 시 다른 영양소 흡수 방해
- 칼슘·마그네슘·철분·아연은 동일 통로를 공유해 함께 과다 복용 시 결핍 유발 가능
- 비타민A, 비타민B3(나이아신)의 고용량 지속 복용은 간독성 연구 결과가 실제로 존재
산패된 오메가3는 먹지 않는 것만 못하다
오메가3는 혈전 예방과 대사 기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불포화 지방산(unsaturated fatty acid)입니다. 불포화 지방산이란 탄소 사슬에 이중 결합이 많은 구조로, 쉽게 말해 열이나 산소에 노출되면 빠르게 산화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메가3 보충제는 보관과 제조 시점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냉장 보관을 하지 않은 오메가3를 몇 달치 사 놓고 여름 내내 실온에 두었습니다. 캡슐이 맨질맨질해서 완전히 밀봉된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연질 캡슐 안에도 미세한 공극이 있어 산소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열까지 받으면 산패(rancidity), 즉 지방이 산화되어 유해한 산화물질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산패된 오메가3는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먹었는데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서 제 경우엔 구매 후 바로 냉장 보관하고, 가능하면 낱개 포장 제품을 택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오메가3를 고를 때는 제조 일자가 최대한 가까운 것, 서늘하고 직사광선을 피한 곳에 보관하는 것, 낱개 포장 여부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는 게 맞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사실 오메가3 하나만큼은 꽤 오래 챙겨 먹어왔습니다. 하지만 보관 방법까지 신경 쓴 적은 없었습니다. 좋은 성분을 사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보관하고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습니다.
연령별로 진짜 필요한 영양제는 따로 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따져보니 모든 영양제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 아니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연령대와 몸 상태에 따라 실제로 필요한 성분이 다르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청소년기와 성장기에는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 칼슘이 뼈에 안착하도록 유도하는 비타민K2, 그리고 성장에 필요한 아연이 우선됩니다. 비타민K2란 비타민K의 한 형태로, 비타민D가 흡수한 칼슘을 혈관이 아닌 뼈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네 가지를 묶어 챙기는 게 의미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가임기 여성(20~40세)은 생리로 인한 철분 손실이 크기 때문에 철분 보충이 필요하고, 엽산(비타민B9)도 함께 권장됩니다. 엽산이란 세포 분열과 DNA 합성에 관여하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임신 초기 신경관 결손 예방에 특히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가임기 여성 전반에 걸쳐 권장됩니다. 50대 이상에서는 혈관 건강을 위해 오메가3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비타민D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위도상 일조량이 부족해서 봄·가을·겨울 세 철 동안 비타민D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창문을 통과한 자외선으로는 비타민D가 합성되지 않고 피부가 직접 햇빛에 노출돼야 합니다. 제 경우엔 재택근무를 하면서 하루 종일 실내에 있는 날이 많아 비타민D만큼은 챙기고 있는데, 이 부분은 나름 납득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합니다. 영양제는 음식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음식에는 푸드 매트릭스(food matrix)가 존재하는데, 이는 식품 속 수천 가지 미량 성분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흡수율과 효과를 높이는 복잡한 환경을 의미합니다. 오렌지 하나에도 600가지 이상의 화학 성분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알약 하나가 이걸 대신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양제 여러 개를 같이 먹어도 괜찮나요?
A. 영양제 두세 가지 정도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대체로 무리가 없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처방받은 전문의약품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와파린과 비타민K, ACE 억제제나 ARB 계열 혈압약과 고용량 칼륨제는 충돌이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처방약을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의사에게 먼저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Q. 해외 직구 영양제, 고함량이라 더 효과 좋은 건가요?
A. 고함량이 더 효과적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 종류의 영양소가 과도하게 들어오면 DMT1 흡수 통로를 독점해 다른 영양소가 밀려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가격 대비 국내 제품보다 저렴한 경우 가성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고함량 자체를 장점으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Q. 간이 안 좋을 때 밀크시슬 같은 거 챙겨 먹으면 도움이 되지 않나요?
A.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전문의 입장에서는 음주를 하면서 밀크시슬을 먹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간을 가장 혹사시키는 건 결국 알코올이고, 보충제는 그 손상을 상쇄하지 못합니다. 간을 쉬게 하려면 금주와 충분한 수면, 그리고 야식을 끊는 것이 우선입니다.
Q. 비타민D는 창문 옆에 앉아 있으면 보충이 되지 않나요?
A. 창문 유리는 비타민D 합성에 필요한 자외선B(UVB)를 대부분 차단합니다. 피부가 햇빛에 직접 노출돼야 비타민D가 합성됩니다. 실내에서 오래 생활하는 분이라면 비타민D 보충은 꽤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봅니다.
Q. 오메가3는 실온 보관해도 괜찮지 않나요?
A. 연질 캡슐처럼 보여도 내부에 미세 공극이 있어 산소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열까지 더해지면 산패가 진행됩니다. 산패된 오메가3는 간 손상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이 맞습니다. 제 경우엔 이걸 알고 나서 보관 방법을 바꿨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영양제는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좋다는 것들을 여러 개 쌓아 먹으면 간과 콩팥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흡수 경쟁으로 오히려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지는 역효과도 생깁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고 배운 것은, 영양제를 먹기 전에 내 생활습관이 먼저라는 점입니다.
제 경우엔 앞으로는 유행이나 주변 추천이 아니라 내 연령과 몸 상태에 맞는 한두 가지만 신중하게 고르는 방향으로 바꾸려 합니다. 식사의 질을 먼저 높이고, 그래도 채우기 어려운 부분만 건강기능식품으로 보완하는 것이 맞다는 시각에 저는 동의합니다. 복용 중인 처방약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